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被褐懷玉

정아진 / JEONG AHJIN

被褐懷玉

고목나무집의 기억을 잇다

정아진 JEONG AHJIN / Studio C
jeongahjin02@gmail.com

오래된 건축의 흔적과 기억을 보존하며, 앞으로의 삶을 수용하는 공간으로 다시 쓰는 리노베이션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 일대는 기존의 농업 및 유통 기반 시설이 사라지고, 새로운 도시 구조로 재편되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컨테이너 야적장, 풍산금속 부지, 반여농산물시장, 석대화훼단지 등 오랜 시간 지역의 풍경을 이루던 시설들이 이전하거나 사라지면서, 지역의 생활 공간과 그 안에 축적된 기억 또한 점차 흐려지고 있다.

고목나무집은 이러한 변화 속에 위치한 오래된 식당이다. 골목 입구에 자리한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와 이팝나무에서 이름을 얻은 이 장소는, 1979년에 지어진 주택이 1989년 외할머니의 손을 거쳐 추어탕과 돌솥밥을 판매하는 식당으로 바뀌며 시작되었다. 이후 약 40년 동안 고목나무집은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터전이자, 마을의 식사를 책임지는 공간으로 이어져 왔다.

본 프로젝트는 고목나무집을 완전히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축과 대지에 남아 있는 흔적을 읽고 앞으로의 삶을 수용할 수 있도록 다시 쓰는 리노베이션을 제안한다. 주택에서 식당으로 변화하며 생긴 불편한 동선, 노후된 작업 공간, 방치된 공간을 정비하고, 고목과 골목, 마당, 기존 건물에 남아 있는 장소의 분위기를 보존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기존 건물의 평면, 레벨 차이, 진입 동선, 고목나무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 구조를 분석하고, 현재의 운영이 더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동선을 재구성하였다.

‘피갈회옥’은 거친 베옷을 입고 있으나 그 안에 옥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고목나무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오래되고 남루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외할머니의 시간, 가족의 노동, 마을의 식사, 그리고 이 장소를 지켜온 오래된 기억들이 담겨 있다. 나는 오래된 것이 아름다운 이유가 단지 낡았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살아 움직이며 누군가의 삶을 품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는 고목나무집 안에 숨겨진 가치를 다시 읽어내, 이 장소가 앞으로도 가족과 마을의 시간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계속 작동하는 방법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