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c & Cultural

진정성 검증 게임

김재엽 / KIM JAEYEOP

진정성 검증 게임

서사의 발굴과 제작이 교차하는 다중서사동선 : 삼희아파트 고미술상가의 건축적 재해석

김재엽 KIM JAEYEOP / Studio B
tenderpotato@khu.ac.kr

계속해서 커튼을 젖혀 무대 뒤편을 확인하고 싶다면.

오늘날 대다수의 상품들은 단편적 최종 이미지만을 통해 소비되고 있다. 자동화와 분업화가 만들어낸 현재의 풍경이다. 그렇게 일상을 살아오던 우리에게 새로운 파문이 일게 된다. 바로 AI 작업물들의 등장이다. 최근 한 광고와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짧은 에니메이션 형식의 광고였다. 업로드 시점에선 감성적인 영상에 대한 선호와 함께 ai 를 사용해 만든 영상일거란 추측이 많았다. 이후 100% 인력을 갈아넣은 영상 제작 과정이 추가로 업로드되었고, 반응이 한번 더 튀어올랐다. 원래의 결과물은 단 한구석도 달라진게 없다. 사람이 직접 제작했다는 사실의 확인이 뭘 끌어낸걸까.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낸 오늘날, 우리는 자꾸만 진정성과 과정을 확인하고자 한다. 조금 더 풀어서 말하면 우리 앞에 놓여진 상품과 결과물이 우리와 같은 ‘사람’의 땀과 정신을 품고 있는가에 대한 확인 욕구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그 무대 뒷편에 오로지 컴퓨터 한 대 만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무대 커튼을 열어젖히고 싶다. 과정과 서사의 확인이다.

우리에게는 과정과 서사를 느끼는 경험이 필요하다. 과정과 서사를 확인하고, 나아가 직간접적으로 이에 참여함으로써 결과물 뒤 편에 존재하는 진정성을 인식하게 될 수 있다.

어떠한 상품과 디자인이 품고 있는 서사는 두 가지로 구성된다. 제작의 서사와 사용의 서사다. 제작의 서사는 그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서사다.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기획된 것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 제작자는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와 같은 정보들이다. 디자인이 담고 있는 서사의 두번째 의미는 사용의 역사다. 디자인은 필연적으로 판매와 사용을 전제로 한다. 세상에 태어난 디자인은 제작자의 손을 떠나 사용자에게로 적을 옮겨 그 삶이 진정으로 시작된다. 이처럼 ‘서사를 확인한다는 것’은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디자인에 담기는 사용의 역사, 두 가지를 내포한다.

이 두 종류의 서사는 상호보완적이다. 디자인의 수명을 연장하고 애정을 스며들게 하는 하나의 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는 제작의 서사를 체험하고 이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그 결과물을 더 오래, 더 애정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다. 제작자는 사용의 서사를 확인함으로써 제작의 피드백과 레퍼런스로 이를 이용한다. 사용의 서사가 역으로 제작의 서사를 돕게 되는 선순환의 사이클이다.

이러한 사이클의 생태계를 만들어주기 위한 사이트로서 답십리를 선정했다. 답십리역 인근엔 고미술상가와 철공소들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줄지어 위치해있다. 이곳에 저장된 고미술품은 누군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흔적과 삶의 이야기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단순한 옛날 물건이 아닌, 사용의 서사가 저장된 곳으로 바라볼 수 있다. 철공소는 무언가를 자르고, 붙이고, 만드는 행위가 실시간으로 살아있는 실재화의 공간, 즉 제작의 서사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고미술 상가와 철물 공구 상가의 결합은 서사와 과정을 발굴하고, 재가공하고, 새로이 이어주고, 또한 새롭게 만들어내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수많은 수의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각각의 서사를 발굴하고 가공하고 체험하고 소비하는 일련의 사이클과 생태계는 그 서사의 수 만큼 다양한 개성과 다양한 규모의 참여자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디자인의 전과정이 읽히면서도 수많은 동시다발적인 프로젝트들이 담길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 필요하다. 특정 테마의 고정된 참여자를 위한 고정된 공간이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테마의, 다양한 서사를 가진 사용자와 제작자가 원하는 기간동안, 원하는 환경에서 Play 할 수 있는 가변적이고 유연한 생태계를 답십리 삼희 아파트 리노베이션을 통해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