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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기억, 흐르는 공간

장희은 / JANGHUIEUN

머무는 기억, 흐르는 공간

도심형 수직 치매 생활 커뮤니티

장희은 JANGHUIEUN / Studio C
jjweon98@gmail.com

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기억이 머물렀던 공간의 경험을 통해 치매 환자들의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현재 우리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여 치매 환자와 장기 돌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의료적 관리와 안전 확보를 우선시하는 병원화된 환경에 머물러 있으며, 치매 환자가 익숙한 일상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통제 중심의 공간 구조는 환자의 자율성을 감소시키고, 사회적 관계와 기억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며, 결국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머무름은 치매 환자에게 어떤 의미의 공간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머무름은 단순히 보호받기 위해 머무는 상태가 아닌, 기억과 일상이 지속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삶의 주체성을 유지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설계의 출발점은 네덜란드의 치매마을인 Hogeweyk에 있다. 호그벡은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획된 대표적인 치매 친화 커뮤니티이지만, 넓은 대지와 저밀도 구조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국내 도심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본 프로젝트는 치매마을이 핵심 가치인 자율성, 공동체성, 일상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고밀도 도시 환경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였다.

그 결과, 수평적으로 펼쳐진 치매마을을 수직적으로 재해석한 도심형 수직 치매 생활 커뮤니티를 제안한다. 건물 내부에는 소규모 생활 단위 커뮤니티와 순환형 동선을 계획하여 안전하면서도 자유로운 이동을 유도하고 층마다 배치된 정원과 테라스, 중정, 옥상 정원 등을 통해 자연이 건물 깊숙이 스며들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치매 환자들이 도심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와 자연을 경험하여 기억과 감각을 자극받고, 공동체와 연결된 일상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였다.

궁극적으로 본 프로젝트는 요양원을 치료와 관리의 시설이 아닌 삶과 관계, 기억과 일상이 지속되는 거주의 장소로 재정의한다. 또한 네덜란드 치매마을 개념을 현대 도시 환경에 맞게 재해석함으로써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치매 돌봄 건축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