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ble Architecture
소비하는 건축에서 생산하는 건축으로
김자인 JAIN KIM / Studio A
jane311521@gmail.com
재건축 동력을 잃은 노후 아파트를 도시 식량 생산 거점인 스마트팜으로 전환하여, 소비만 하던 건축을 생산하는 건축으로 재정의한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그리고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사업성 악화. 한때 도시의 성장과 풍요를 상징했던 노후 아파트들은 이제 재건축의 동력을 잃은 채, 머지않아 전국의 소멸 도시와 함께 방치될 운명에 놓여 있다. 1970년대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아파트는 50여 년이 지난 지금, 노후화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자재비와 인건비의 급등, 고금리 시대의 조달 비용 상승은 개발 사업을 어렵게 만들었고,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일수록 그 한계는 더욱 뚜렷하다. 결국 재건축도, 재개발도 멈춰 선 도시에서 노후 아파트는 갈 곳 없이 남겨지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또 다른 위기 앞에 서 있다. 식량자급률은 절망 아래로 떨어졌고, 기후위기와 무역전쟁, 팬데믹은 우리의 식량 공급망을 끊임없이 흔들고 있다. 도시는 끝없이 소비만을 거듭해왔고, 정작 가장 본질적인 ‘먹는 문제’에는 무력했다. 생산은 도시 바깥의 일이었고, 도시 안에서 식량은 오직 ‘들어오는 것’이었다.
본 프로젝트는 이 두 위기를 하나의 질문으로 엮는다. 버려질 위기에 놓인 노후 아파트를, 도시의 식량 생산 거점 — 즉 스마트팜으로 전환할 수는 없을까. 특정 건물에만 적용되는 일회성 설계가 아닌, 전국 어디의 노후 단지에도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지향하며, 한 동의 아파트가 지역 식량 자립도에 기여하는 새로운 도시 인프라로 거듭나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농촌의 공간 질서를 수직으로 재구성하고, 작물의 특성에 맞춰 건축의 환경을 재편함으로써, 거주만을 위한 공간은 거주와 생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전환이 단순한 가능성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재배 규모를 기준으로 생산량을 산정해보았다. 60세대 규모의 한 동을 기준으로, 22평형 세대에 3단 수직 재배를 적용할 경우 세대당 연간 생산량은 약 3,825kg, 동 전체로는 일일 약 629kg, 연간 약 229.5톤이다. 한국인 1인당 연간 상추 소비량 약 6.3kg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 한 개 동에서 생산되는 상추만으로 연간 약 36,400명분의 소비량을 책임질 수 있다. 이는 부천 중동 인구의 약 28%, 부천시 전체 인구 기준으로도 약 4.8%를 커버할 수 있는 규모다.
소비하는 건축에서 생산하는 건축으로의 전환, 그것은 단순한 용도 변경이 아니라 도시와 건축의 존재 방식 자체를 다시 묻는 일이다. 소멸을 앞둔 도시와 건축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또 하나의 미래다.







